백사장 모래 위에 새긴 낙서
詩月 전영애
방랑자 봇짐은 아니어도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선 홀가분함 때문일까
사뿐히 옮겨 놓는 발걸음에
흥얼거리는 콧노래에 장단 맞춘다
온 들녘에 파릇한 치장을 하고
산천 구비 돌 때마다
웅장한 숲으로 덮여 있어
진정할 수 없는 가슴에
두근거림으로
설렘과 기쁨이 충만 되어간다
쨍쨍 내리쪼이는 햇살 아래
반짝이는 은빛 모래알
방파제 위 철썩거리는 흰 파도여
화려한 외출을
바다의 품속에서
깨알과 같은 글자를
새겨 놓은 모래 위 낙서장
어느새
거센 파도의 세찬 힘에
지난 과거는 사정없이 씻겨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