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기타음악)

[영화음악]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1960) / 알랭 들롱 주연/ 음악감독-니노 로타 / 르네 클레망 감독

백두산7 2013. 8. 5. 22:46

 

 

태양은 가득히(1960) 개봉 당시 포스터들. 배우들의 실물을 너무 못 살린 듯 ㅋ

 

 

데뷔 초였던 25세의 청년 알랭 드롱을 단숨에 국제적인 스타로 떠오르게 한 영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한 젊은이의 완전 범죄가 극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그린 작품. 하이스미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함.

 

1960년작. 르네 끌레망 감독.

 

 


톰 리플리 역의 알랭 드롱. 그의 차가운 파란 눈동자와 지중해의 검푸른 바다가 마치 하나가 된 것같은 분위기로 영화가 진행된다.

 

 

일확 천금을 꿈꾸는 청년 톰 리플리(알랭 드롱 분)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방탕한 부잣집 외아들 "필립"(모리스 로네 분)의 아버지로부터 하나의 대단한 제안을 받는다. 그림 공부를  하러 로마에 간 필립이 공부는 커녕 빈둥대고 논다는 사실은 안 아버지는 톰에게, 필립을 데려오면 5천 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사실 이 아버지는 천한 집 아들인 톰을 원래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예감했는지도 모르겠다. "저 녀석 눈빛이 맘에 안 든단 말이지..."

 


 

 

학창 시절부터 필립에게 괄시를 받아 온 톰은 필립을 만나 하인 노릇을 하면서 필립을 설득하려고 따라다닌다. 

둘은 요트를 타고 나폴리로 와서 필립의 애인 마르쥬(마리 라포레 분)를 태우고 항해를 즐기지만, 필립은 톰을 멸시하며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한다. 그러다가 필립은 사소한 시비 끝에 톰을 구명 보트에 매달고 짙고 푸른 지중해를 달리다가 보트를 잃어버리는 사고를 내기도 한다. 나중에 이를 안 필립은 되돌아가서 톰을 구출하지만 뜨거운 지중해의 햇살 아래에서 톰은 이미 심한 화상을 입은 뒤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톰은 필립에 대해 점점 살의를 느끼게 된다. 필립을 없애버리고 그의 재산과 애인을 가로채려는 욕망을 품게 된 톰은, 여자의 귀걸이를  몰래 필립의 옷 속에 집어넣고는 마르쥬와 필립 사이를 이간질한다.

 

필립과 마르쥬는 이 일로 심하게 다투게 되고 결국 마르쥬는 배에서 내린다. 그리고 나서 파도가 심하게 치던 어느 날, 기회를 노리고 있던 톰은 필립과 포커를 치다가 그를 찔러 죽이고 만다.

톰은 필립의 시체를 싼 다음 밧줄에 묶어 바닷 속에 던져 넣는다. 아무도 보는 이 없는 가운데 파란 바다 위에서 발생한 완전 범죄...
 






그 후 톰은 필립의 신분 증명서를 위조하고, 필립의 사인마저도 똑같이 쓸 수 있게 연습한다. 영화는 그가 모든 것을 위조하는 장면을 친절하게 자세히 보여준다. 생략될 법도 한 장면이지만 오히려 흥미롭게 다가온다. 저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완전 범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위조된 필립의 신분증으로 그야말로 필립 행세를 하면서 돈을 인출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필립의 싸인을 연습하는 톰. 어찌나 열심히 연습하던지....

 

 


 


 


은행에서 위조된 필립의 신분증으로 돈을 인출하는 톰.

저 흔들림 없는 눈동자. 완전 범죄자가 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그 사실을 필립의 친구인 프레디가 눈치챘다고 여긴 톰은, 프레디마저 살해한다.

그 장면은 매우 긴장되면서도 섬뜩하다.

 


 

프레디에게 추궁당하자 불안해진 톰은 끝내 그를 죽인다.

 

그래도 허기는 채워야 했기에 통닭을 먹는 모습은 엽기스러울 정도다. 시체와 한 공간에서....

 

조심스럽게 프레디의 시체를 지고 계단을 내려오는 톰.

 

"이 자식 왜케 무거운 거야? ㅡㅡ"

 

그 와중에도 일단 담뱃불부터 붙이고...

 

사람들이 지나가자 "프레디, 정신차려!" 마치 술 취한 친구를 깨우는 듯한 시늉을 하는 뻔뻔함...;;

 

간신히 위기 모면....다행....???


 

거기서 더 나아가 프레디 살해범을 필립으로 꾸미고 나서는 필립이 자살한 것처럼 꾸며 완전 범죄를 향해 나아간다. 영화 초반부의 톰 리플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간교해진 그는, 필립의 일로 비탄에 빠진 마르쥬에게까지 접근하여 결국 자기 여자로 만든다.

 

 

어시장을 둘러보는 톰. 이미 그의 눈빛은 변해 있다. 이 장면에서 니노 로타의 테마가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실로 묘한 게, 음악이 나올 때마다 대체 이 악역의 주인공을 어떤 시각으로, 어떤 감정으로 바라봐야 할 지 혼란스러워진다.

 

 


 



마르쥬의 마음을 뺏는 그의 모습. 조각같은 얼굴의 그일지라도, 악역을 소화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저 욕망에 가득 찬 눈빛을 보라! 그래서 알랭 드롱은 감히 최고의 배우라고 말할 수 있었다. 다른 배우들이 두 세 마디의 대사로 해야 될 연기를, 그는 눈빛 하나만으로 해낼 수 있는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절정의 순간에서 예기치 못한 파멸이 찾아온다. 미국에서 필립의 아버지가 마르쥬을 만나러 오게 되고, 아들이 타던 요트를 팔기 위해 배를 육지로 끌어낸 순간 스크루에 감긴 밧줄 저 끝에 무언가가 딸려 올라오는데....

 


짙푸른 바다에서 마르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톰.

 

 

미국에서 돌아온 필립의 아버지를 만나러 가야 한다고 톰에게 말하는 마르쥬.

요트를 파는 문제 때문이었다. 같이 가겠냐고 묻자, 톰은 그냥 여기 남겠다고 한다.


 

"잘 다녀와. 사랑해...."  톰의 마지막 키스.

 


필립이 타던 배. 그 배의 이름도 마르쥬.

필립은 사실 마르쥬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밧줄 끝에 딸려 올라오는 필립의 시체. 그리고 마르쥬의 비명...

 

 

그리고 그 사이 톰은....

 


비치 파라솔에서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무엇을 마시겠냐는 점원의 질문에 " 제일 좋은 것으로요..." 하고 답하는 톰.

"제일 좋은 것으로...제일 좋은 것으로..." 그는 혼잣말로 반복한다.

이젠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경찰들이 찾아와 파라솔 점원에게 톰 리플리에게 전화가 왔다고 말하라고 시킨다.

왜 그러냐는 질문에 그냥 시키는 대로 하라고 다그친다.

 

 

 

"리플리 씨 전화왔어요...."

전화가 왔다는 점원의 말에 일이 돌아가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전화를 받으러 가기 위해 일어나는 톰 리플리.

아무 것도 모르는 환한 미소를 한 가득 담고 있는 그의 얼굴은 측은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그 후로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 대신에...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여전히 푸른 하늘, 그리고 작렬하는 태양...

"태양은 가득히" 라는 제목은 이 마지막 장면 때문에 붙여진 게 아닐까?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내내 드는 생각. 분명 톰 리플리는 나쁜 놈(ㅋ)이고, 언젠가는 저 완전 범죄가 모두 밝혀져야만 되는 게 맞는 건데도 우리는 저게 탄로날까봐 오히려 가슴 졸이게 된다는 것. 영화를 보면 볼수록 톰 리플리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더 많은 교훈을 남기는 것 같다.

톰 리플리는 분명 악역이지만 이 영화는, 그에게서 묘한 연민을 느끼게 한다.

톰 역을 맡은 알랭 드롱이라는 배우 때문에 더욱 그런 건지도...^^

 

그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를 이미 알고 있기에 마음 한 구석이 아릿해 오는 엔딩 장면.

그리고 심금을 울리는 니노 로타의 음악...

정말 이 영화는 알랭 드롱 영화 중에 감히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End-